우리은행 이어 시중은행 이사회서 자율배상 여부 결정
투자자 100% 배상 요구…금융사·투자자 합의 불투명
금융당국 제재 절차 착수…자율배상시 감경 기대

5대 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 사]
5대 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 사]

시중은행들이 이번주 중 임시 이사회를 열어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한 자율배상에 대한 결정을 마무리 지을 전망이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자율배상을 결의하더라도 향후 투자자와의 합의, 금융당국의 제재 등은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신한·하나·농협 등 이번주 중 임시 이사회…'자율배상' 결의 주목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이번주 중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 ELS 배상을 논의한다.

하나은행(27일), NH농협은행(28일), 신한은행(29일)은 임시 이사회 일정을 확정했으며 국민은행의 이사회 일정은 미정이나 대부분 은행과 마찬가지로 이번 주 중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먼저 자율배상을 결정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임시 이사회에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고 자율조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이 지난 11일 나온 후 10여일만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4월부터 손실이 확정된 고객에게 조정 비율에 맞춰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이사회 결의 후 조정 일정을 밝히면서 타행들도 배상 결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율배상에 나서면 은행들은 개별 투자자와 배상비율을 협의하고 동의를 거쳐 배상금을 지급하게 된다.

◇투자자 100% 배상 요구에 합의 불투명…당국 제재 절차 착수

은행권의 배상 규모는 2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은행권 판매액 중 올해 상반기에 만기를 앞둔 금액은 10조원이다. 이 중 50% 손실이 확정되고 손실액의 평균 40%를 배상한다고 가정하면 2조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은행 중 가장 판매액이 적은 반면 다른 시중은행은 2조원에서 8조원까지 판매액이 천차만별인만큼 투자자와 협의 및 지급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가 자율배상을 거절하면 분쟁 조정과 소송 등의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투자자들은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 자율배상에 나서도 합의를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은 투자자와 합의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제재도 당면해 있다.

금감원은 다음달부터 ELS 불완전판매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 금융사의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 기관제재와 임원 제재, 과징금·과태료 등이 부과된다.

앞서 금감원은 ELS 현장검사 과정에서 은행의 불완전판매 사실을 대거 적발했다. 또 은행 본점이 과도하게 영업 목표를 설정해 직원들이 공격적으로 판매를 하도록 유도한 점 등도 ELS 사태의 문제로 지적했다.

금감원은 금융사가 선제적으로 자율배상에 나서면 배상 수준만큼 제재를 감경해주기로 했다.

각 은행은 이번주 이사회에서 자율배상 여부 등을 논의하고 배상액은 충당부채와 영업외손실 등으로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에 모두 반영하거나 1, 2분기에 나눠 반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분기 중 이사회를 개최해 배상액을 실적에 반영하는 것이 향후 회계처리에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손실이 확정될 때마다 매번 이사회를 열어 승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자율배상과 배임이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 은행의 자율배상 결정 부담이 줄었다"면서 "ELS 판매액이 워낙 크다 보니 고객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자율배상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굿모닝경제 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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